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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씀
오늘날 교육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창의성’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분명해진다.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창의적인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이전의 것들을 배워야 한다. 비윤리적이거나 사회적 합의에 어긋나는 것을 창의성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83pg
그런데 내가 찾은 기사는 장애인 화장실을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가족 화장실’ 형태로 개조했는데 실제로는 휠체어가 움직이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름도 아예 ‘가족 화장실’로 바뀌었고, 장애인들은 대기 시간이 더 길어져 불편을 겪는다고 기사에는 적혀 있었다. 121pg
폭력의 가장 나쁜 점은 아래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 아픈 사람들, 넘어진 사람들이 더 고통받았으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요. 127pg
어린이와 함꼐 미래의 위기와 새로운 기회에 대응해야 합니다. 이때 어린이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동료 시민입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곧 어린이가 살아갈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잊지 마세요, 여러분. 세상에는 언제나 어린이가 있습니다. 131pg
“교복을 갖춰어 입고, 교표를 꼭 달아라. 그건 너희가 어디에서 무얼 하든지 우리 학교가 보호하는 아이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167pg
학교는 공교육을 실행하는 기관이다. 이떄의 ‘공’은 공평하다는 뜻의 공이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공평하게 배우고 이해받고 보호받는 곳이다. 입시나 진로 준비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바깥의 집”이다. 누군가의 자녀, 어느 집의 몇째가 아니라 이름을 가지고 한 명의 시민으로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 학교에서 아이들은 사적인 생활을 가꾸어나간다. <공공성>이라는 책에서 “공적인 것이 사적인 것의 소멸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설명을 읽으면서 공과 사가 얼마나 얽혀 있는 관념인지 생각했다. 공과 사를 구분할 생각만 했지, 어떻게 합쳐지는 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171pg
나는 ‘노 키즈 존’이라는 ‘쉬운 말’이 없어지면 좋겠다. 말과 함께 그 개념도 낡은 것이 되어 사라지면 좋겠다. 카페에 식당에 ‘노 키즈 존’이라고 써 붙이는 간단한 해결책보다,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고 조율해가는 번거롭고 불편한 해결책이 더 합리적이다. 265pg
나는 이제야 겨우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있는데, 그때 그 어린이는 벌써 이렇게 어른이 되었구나.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서 용기를 얻는 연말이다. 287pg
말장난 같지만 마음이 자란다는 것은 전 단계의 마음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동심원을 그리는 것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가장 안쪽에 두고, 차차 큰 원을 그려가는 것. 293pg
“저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들과 동갑이에요. 그때 소식을 알면서도 선생님들이 하래서 그냥 공부를 한 게 두고 두고 마음에 남아요. 이제 저는 어른이 되었는데 그 친구들은 아니잖아요. 과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해요.” 302pg
혹시 나는 ‘나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는 말 뒤로 숨었던 게 아닐까? 나 자신도 어른이면서 아닌 척하느라고, 겸손한 외양을 하고 존경하는 어른의 이름을 읊어온 것 아닐까? 303pg
어린이 일행을 눈여겨보고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나설 준비를 하면서, 나는 다정함뿐 아니라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거절당하거나, 무안해지거나, 때로는 후회할 각오까지도 해야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저분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도 잘해야 하고, 나서는 순간도 잘 잡아야 한다. 어디까지 돕고 퇴장할지도. 322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