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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

홍은전 씀.
영상물 황윤 <작별>(2001), 케빈 브라이트 <누렁이>
출판물 하재영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이규식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동물 홀로코스트> <짐을 끄는 짐승들>
하지만 나는 내가 기록한 글을 보며 자주 공허함을 느꼈다. 현실의 그들은 ‘짐승처럼’ 울었는데 글 속엔 ‘인간’만 보일 때 그랬다. 21
자기 고통의 주체가 되어야만 기쁨도 희열도 선명하게 움켜쥘 수 있다고 명애의 삶이 말하는 것 같다.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짐작과 다르고 짐작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해서 고유하게 근사하다. 46
나는 그들로부터 더 아름답고 위험한 세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목숨을 걸고 탈주하는 비인간 동물과 짐승 취급을 거부하며 인간이 되기 위해 투쟁하는 장애인, 그리고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동물이 되기 위해 싸우는 어떤 인간 동물들 사이에서 나는 이 세계를 다르게 감각하는 법을 배운다. 51
문이 잠겨 있어서 감옥인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어떤 문도 잠글 수 없어서 감옥 같았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악착같이 자기만의 것을 갖기 위해 애썼다. 53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이곳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봅시다.” 60
피 흘리며 끌려가는 이를 보면서도 안전한 거리에서 지켜만 보는 사람들, 은영은 자신이 가장 주저했던 못브 그대로 끌려가는 동물들 앞에 서 있었다. 84
상처도 좌절도 모두 ‘내 것’이고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영희는 고유하고 선명해졌으니까. 영희는 자라서 영희 자신이 되었으니까. 91
살아 있다는 것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특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134
‘무엇을 듣겠다’는 것은 실은 ‘어떻게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서, 우리는 같은 것을 듣고도 모두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다. 139
밥상엔 길 잃은 어린 양을 인도하는 예수님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엔 소주가 담긴 2리터 페트병이 있었다. 151
가장 취약한 이들을 발가벗겨 그들의 무능함을 보인 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모욕감을 느꼈다. 숭고함의 외피를 쓴, 비열한 차별의 얼굴이었다. 155
20분을 늦은 여자가 20년을 갇혀 산 여자에게 자신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고 핏대 세우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는 또 다른 여자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 흘린다. 170
할머니의 올곧음과 엄마의 씩씩함을 물려받은 조운이의 첫 돌을 축하하며, 가난하지만 강력한 투쟁 공동체를 구축한 이모 삼촌들이 수많은 ‘조운이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외치기 시작했다. 176
기록되었으므로 잊히지 않을 것이다. 186
동물의 가축화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종차별로 이어지고 그것은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들을 ‘동물 같다’고 낙인찍어 지배하는 인종차별로 이어진다. 230
“나는 돼지를 가공 처리하는 것과 돼지라고 규정된 사람들에게 똑같은 일을 하는 것 사이의 윤리적 차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덕적인 고려가 동물에게까지 확장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바로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했던 말이다. 240
어떤 인간도 ‘짐승처럼’ 살게 하거나 죽게 해서는 안 된다며 떠나온 그 자리에 ‘짐승’들을 남겨두었고 그들에겐 역사상 유례없는 야만과 학살이 자행되었다. 250
하지만 테일러가 ‘여기서부턴 함부로 선고해도 돼’라고 하지 않고 ‘알 수 없으므로 우리는 그들에게 유리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할 때 가슴이 뜨거워지고 코가 시큰거렸다.
~세계의 확장은 내가 아는 만큼이 아니라 내가 알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할 떄 가장 혁명적으로 이루어진다. 255
→ 진정한 동물의 사회와 인간의 사회가 융합될 수 있는 시작점, 움벨트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