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작업은 슬프다. 그 주인이 이름 없는 경우에는 더.
며칠 전에 작업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외롭다.
마치 여성들이 수십 년을 이름 없이 집 안의 노동했던 것처럼, 나 또한 이름도, 소속도 없지만 쉬지 않고 작업을 한다. 그 여성들을 생각하면서 궁상을 떤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끝날 기미도, 조명될 일도 보이지 않는다.
이름 있는 자들이 부럽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었다. 나의 질투가 타인을 향한 동경에서 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글. 그 표현을 읽자마자 한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 찢어지게 부럽다. 뱉은 만큼 삼킨다.
소속된다는 것, 이름 불리운다는 것은 얼마나 안정감 있는 느낌일까.
얼마나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일까.
얼마나 불안하지 않을까.
얼마나 자신감 있을까.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이름 없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가. 환산되지 못하는 시간은 얼마나 힘든가.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가. 이름이 없어 숨죽여 우는 밤은 오늘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