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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아 스터디_포용적인 디자인과 조경

안녕하세요, 환경조경디자인학과 22학번 이시은입니다.
최근 건축,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유니버셜 디자인이 이슈화 될 뿐 아니라, 적용되고 발전하고 있죠. 오늘 저는 유니버셜 디자인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조금 더 발전된 개념인 인클루시브 디자인, 즉 포용적인 디자인을 중심으로 조경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 주제는 제가 평소에도 정말 애정있게 공부하고 있는 분야라 더 열심히 준비해봤어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과 어린이에게 집중하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조경에서도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요. 좋은 선례들이 조경의 포용성과 그 효력을 넓혀가고 있는데, 아쉽게도 현재 조경은 유니버셜 디자인을 하나의 컨셉으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원' '청각장애인에 대한 정원' 등 특정 사회적 약자만을 위한 정원을 만드는 것이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더 잘 배려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곳들이지만, 이 곳들은 ‘그들만’을 위한 곳이라는 인식에 의해 오히려 사회적 소수자와 비소수자 간의 구분을 더 확연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겠죠, 특정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조경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이요.
포용적인 디자인과 조경에 대해 말하기 전에 배리어 프리, 유니버셜,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해보고자 합니다. 아마 다들 한번씩은 들어보셨을터인데요, 먼저 베리어프리는 세계 2차 대전에서 돌아온 미국 부상 병사들을 위해 그들의 주변 환경을 장애 친화적으로 바꾸자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는데요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배리어(장벽)을 없애는데 초점을 둡니다. 유니버셜은 배리어 프리에서 한번 더 나아간 개념으로 장애물 제거뿐만 아니라 직관성과 효용성을 더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개념은 주로 산업디자인쪽에서 많이 쓰였는데, 점차 그 적용의 폭이 넓혀지고 있죠. 마지막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용적인 디자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세가지 문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 포용적인 디자인을 정의하는 내용인데요, 제가 설계할 때 이 원칙들을 우선시해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그러면 조경가는 왜 포용적인 디자인을 해야할까요?
조경은 공간을 다루는 학문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공간 이용주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포용적인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행위, 공간을 이용하는 주체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라 생각해요. 2학년 때 조경계획학 시간에 짧게나마 휴먼 스케일에 대해 배우는 것도 이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 감히 생각해봅니다.
일상 속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서있는 성인’을 기준으로 계획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조경가인 이상 우리는 단순이 공간 이용의 주체가 비장애인 성인뿐만 아니라 기준자가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합니다.
그리고 포용적인 디자인은 언어 그대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입니다. 한 집단만을 위한 그룹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해요. 포용적인 솔루션은 문제를 겪고 있는 한 대상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 더 풍요롭고 편리한 공간 경험을 줄 수 있습니다.
이해가 쉽도록 예를 들어보면, 정원에 계단 대신 적당한 경사로가 있는 것은 휠체어 이용자뿐만 아니라, 유모차 이용자, 무릎 관절이 약한 노인, 무거운 짐을 끌고 가야하는 캐리어 사용자 등 다양한 사람에게 유익한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거죠.
포용적 디자인과 조경을 연결한 다양한 사례 중에 저는 인도 간디나가르 지역에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설계 사례를 가져와봤습니다. 이 안에서 조경가가 할 수 있는 실내외의 계획과 수목 계획, 랜드마크 배치 등 다양한 조경 언어가 포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어요.
포용적인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결국 그 공간 이용주체를 다양하게 또 깊이 알고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이 공간 설계 사례에서 반영된 시각장애인의 특성 두가지와 함께 이를 어떻게 설계에 녹였는지를 알아볼게요.
첫번째는 저시력자를 필두로 2~3명씩 줄을 지어 어깨에 손을 얹고 공간을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학교를 설계한 건축가는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기존 학교 보다 더 넓은 통로를 설계했으며 최대한 경사로를 활용하여 디자인했습니다. 또, 노란색, 빨간색 등 강한 색상을 활용하여 저시력자들이 공간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요. 조경 설계에서도 채도가 높은 식물들을 많이 활용하여 저시력자들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두번째는, 시각장애인들이 시각을 제외한 감각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왼쪽의 사진은 다른 질감의 벽과 바닥 포장을 찍은 사진이에요, 학교에는 총 6가지 질감으로 계획되어 장애 학생들이 쉽게 공간을 구분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건물 구조를 손으로 익힐 수 있게 했어요. 지난 학기 순호 선배와 창경궁 생태답사를 다녀온 사람들 중에 작은 궁 모양 모형이 창경궁 건물 앞에 놓여있던 걸 보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 방법 또한 포용적인 디자인 중 하나로서 시각장애인에게 보조적인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비장애인들에게도 직관적으로 건물의 형태를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각과 청각 부분에서는 우리가 제일 주목할만한 계획이 담겨져 있어요. 조경가가 다루는 자연은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 등 정말 다양한 감각으로 우리를 자극할 수 있죠. 특정 수목의 나뭇잎이 부딪치는 소리, 꽃과 열매의 향을 인식하여 공간을 구분한다는 공간 주체의 특성을 활용했어요. 캠퍼스에 37종 1000그루 이상을 식재했고 나비와 새, 동물을 불러들일 수 있는 식물을 골라(망고, 자두나무 등) 식재했다고 합니다. 향이 강하고 독특한 식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거죠.
이 학교는 과거 소외받았던 시각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주변 거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함께 활용되면서 현재 이 지역의 중요한 장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다채롭게 신경썼던 조경 계획이 지역 주민들에게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경관 자원으로 자리잡혔다고 해요. 이 사례가 중요한 것은 공간 이용주체에 대한 이해가 깊고 정확했다는 사실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결국 지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한 방향으로 퍼졌다는 것이죠.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포용적인 디자인과 조경의 연계성과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조경은 여기서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 등을 자연물로 다채롭게 채울 수 있는 학문이라는 가능성까지도요. 우리가 가진 자원들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사람들이 포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를 잘 활용해야함. 더 나아가 식물의 특성과 생육환경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공간 주체의 특성에 따른 또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이 학교의 사례를 통해 조경적 적용점을 더 깊이 찾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조경이 현재 유니버셜 디자인의 틀을 깨고 좀 더 포용적인(인클루시브) 디자인을 향해 나아가기를 그리고 그러한 디자인은 하나의 컨셉(빗물 정원, 그라스 정원 등)이 되는 게 아니라 조경 행위 자체와 설계 모두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제 발표를 통해 포용적인 디자인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아직 공부중이기 때문에 많이 부족하지만 제 선에서 포용적인 생각과 관점을 넓혀갈 수 있는 책들로 꼽아봤습니다. 제가 빌려드릴 수 있는거라 편하게 연락주세요.
이상으로 긴 발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경이란 학문은 자연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리고 자연에는 다양한 사람들 모두를 여러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매체가 될 수 있다. 결국 조경가는 예쁜 자연을 가꿀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경험,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 우리의 언어인 공간과 자연은 충분히 다룰 수 있음.
1.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 등 다른 감각으로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
1.
각 장소의 랜드마크나 특징을 기억해서 공간을 구분하는 거죠. 랜드마크라고 하면 꼭 물체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아이들은 각 공간만의 울림, 냄새, 질감 등의 특징을 다양하게 활용하더군요. 눈으로만 공간을 이해하는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는 요소들이었죠.
2.
시각장애인 학생뿐만 아니라 주위 지역 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작용. 다양한 포용적인 고려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더욱 다채롭게 채움.
> 조경은 여기서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 등을 자연물로 다채롭게 채울 수 있는 학문. 우리가 가진 자원들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사람들이 포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를 잘 활용해야함. 더 나아가 식물의 특성과 생육환경에 대한 이해도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