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U_KEY는 교내 건축 봉사활동 동아리이다. 이날은 처음으로 활동을 진행한 날이었다. 코로나 상황때문에 수리 신청자와 연결되는 기회가 적어서 봉사 빈도가 줄었다는 선배들의 설명을 들으며 봉사장소로 출발했다. 도착한 곳은 주택가에 위치한 반지하 가정이었다. 모인 사람은 9명 정도로 다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새로운 벽지를 도배하기 전에 기존의 벽면에 붙어 있던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반지하의 특성상 배수 및 환기가 원활하지 않아, 벽면에 곰팡이가 짙게 깔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한 일은 벽의 사이즈에 맞게 새로운 벽지를 자르고, 풀을 섞어 바르는 일이었다. 붓과 누르게를 이용해 벽과 벽지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꼼꼼하게 수행해야 하는 일이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인지라 서툰 솜씨였지만, 작업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작업을 마칠 때는 능숙하게 벽지 작업을 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 장판을 크기에 맞추어 자르고, 벽면 하단부의 띠지를 두르는 작업을 마지막으로 모든 과정을 마무리했다. 손이 엉망이 되고, 양말과 신발이 온통 풀에 찌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뿌듯했다. 아마 나는 평생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실증적인 경험들이 모이고, 봉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으로 바꾸어 간다면 미래에 도시 관계자가 되었을 때 현장을 아는 연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더 나은 도시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바꿀 경험은 고등학생 신분에서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된 지금, 직접 참여해 도시 환경을 바꾸는 일에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앞으로 이런 봉사활동이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또, 반지하의 주거 특성에 대한 이해도 하고 싶다. 어떻게 이런 특성의 주거 형태가 생겨났는지, 또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 것인지, 우리의 도시는 반지하라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 사람이 거주했을 때 반지하는 어떠한 장단점을 주는 공간인지에 대한 탐구도 해야겠다. 활동은 정말 보람찼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장판과 벽지를 새롭게 하는 것 밖에 없어서, 내가 남긴 벽지와 장판이 언제까지 멋진 집의 일부이기를 바라는 욕심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