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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 베지테리언으로 한 달 살아남기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학교 앞에 생긴 새로운 카페를 갔다. 그곳은 비건 카페였는데, 음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들도 비건의 규칙을 따라 버터와 계란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메뉴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는데 벽면 녹화가 잘 되어 있어서 마치 ‘비밀의 정원’에 와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비건이라! 흥미가 돋는 말이었다. 뭐든지 도전해 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그날로 친구와 챌린지를 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세미 베지테리언 챌린지’! 완전히 초식만 할 수도 없고, 계란이나 버터를 안 먹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한 달간 ‘폴로 세미 베지테리언’으로 살아보자고 말이다.
폴로 세미 베지테리언, 일명, 폴로란 가금류(달걀, 조류), 유제품, 어류와 생선류까지만 섭취하는 베지테리언을 말한다. 즉, 붉은 고기(돼지,소) 등을 피하는 것이다. 폴로로 살기로 결심하면서 비건에 대해 알아보니 비건에도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아마 도전해보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챌린지를 받아들였다.
챌린지가 끝난 지금,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한 달이었다. 샐러드만 먹을 수도 없고, 고기를 먹을 일이 자주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피하니까 어딘가 눈치가 보여서 해서 마음이 무거웠던 적도 있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양의 고기를 섭취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 폴로를 실천해보니까 우리 도시에 있어서 채식주의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 지가 궁금하다. 폴로 세미 베지테리언이었기 때문에 생선도, 계란도, 닭고기도 먹을 수 있었지만, 비건에게는 과연 소비자로서 원하는 음식과 식당을 선택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학교 주변에는 비건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도시에서 비건을 환영한다고 했을 때 충족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그것이 1. 비건음식을 다양하게 선택해 먹을 수 있는 비건 접근성과 2. 비건에 대한 따뜻한 지지와 옹호라고 생각한다. 비록 챌린지는 끝났지만, 소중한 배움을 얻은 만큼 플렉시테리언 1년을 도전해 보려고 한다.
플렉시테리언이란 엄격한 수준의 채식을 실천하지 않으며 채식주의자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식습관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로, '유연한'을 뜻하는 플렉시블(Flexible)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합성어다. 이번에도 이 경험을 나눌 친구들을 모아 함께 실천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