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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날고 물고기가 헤엄치듯,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3호 ‘놀이’_02

2023.02.25

MSV ‘놀이’를 통해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로 들어가며

누군가 나에게 MSV 3호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코디 골드버그와의 인터뷰를 고를 것이다.
먼저 이 공간에 대해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일명 ‘하퍼의 놀이터’는 모든 어린이들의 놀이를 위해 공간을 조성하며 어린이들을 응원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이 놀이터는 장애를 가진 딸 하퍼를 생각하며 모든 아이들이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으로 골드버그 부부가 만든 놀이 공간으로 유명하다. 하퍼의 놀이터는 포용적인 디자인이 사회적으로 약자라고 인식되는 주체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도 유익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의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요소를 수용할 수 있고,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 되었기 때문이다. 보조 기구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넓게 디자인된 통로, 휠체어 사용자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그네와 회전 무대, 그리고 다양한 촉감 놀이와 자극에서 포용적인 디자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조감도이다.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의 그네 모습이다. 아이들이 그네에 누워서 타고 놀이를 즐기고 있다.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회전무대의 모습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놀이’에 수록되어있는 코디 골드버그와의 인터뷰는 놀이터에 대한 그의 생각과 기치관이 담겨 있어 놀라울 만큼 신선했다. 공간 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놀이터가 어떻게, 무엇을 토대로 만들어졌는지 살필 수 있었다. 이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과 응답 두 가지를 적어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우선이 되는 공간’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의 대표 골디 콜드버그와의 인터뷰 표지
골디 콜드버그와의 인터뷰 질문과 답변.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에 담긴 그의 철학과 디자인 원칙을 잘 정리하고 있다.
처음으로 MSV는 ‘아이들이 가진 장애의 유형은 다양한데, 이런 다양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를 물었다. 골드버그는 이에 대해 자신이 만든 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이 우선은 한 공간에 함께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만약 아이가 놀이터나 공원의 모든 공간에 접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쉽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특히, 하퍼스 플레이 그라운드는 포용적인 놀이 공간을 위하여 세가지 디자인 원리에 따라 놀이터를 조성한다고 한다. 물리적 초대, 사회적 초대, 그리고 정서적 초대가 그 원리들이다. (이러한 초대를 어떻게 하는지는 인터뷰 전문에서 찾을 수 있다.) 모두의 접근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포용적인 디자인이나 유니버셜 디자인일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포용적인 디자인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세상에 정말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 사람들을 다 포용할 수가 있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라고 혼자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그 질문에 현답을 받은 것 같아, 이 질의응답이 그렇게나 반가웠다.
다음으로 좋았던 것은 놀이터를 디자인할 때 가이드가 될 수 있는 기준이나 체크리스트에 어떤 것이 포함되면 좋을 지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다룬 부분이었다. 골드버그는 ‘공원 내부뿐만 아니라 공원 외부를 포괄한 전체적인 환경 속에 다양한 지원 체계가 있는지가 공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즉, 특정 공간만을 넘어 다른 공간과의 연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접근성을 높이려면 놀이터와 같은 일정 구역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이와 연계될 수 있는 곳까지 정보를 제공하고, 또 실효성 있는 시설을 계획해야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포용적인 공간과 디자인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나에게는 새롭고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모두의 놀이를 응원하기 위해서는

소개하고 싶은 것은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이 리뷰에 더하고 싶은 내용은 ‘놀이’ 호의 맨 뒷편에 나오는 ‘Voice(목소리)’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까지 꼼꼼히 읽어야 ‘놀이’호를 잘 읽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애정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마치 소외되고 있던 주체들의 목소리가 MSV를 통해 사회에 크고 바른 목소리로 전해지는 것만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한편으로는 사회가 앞으로는 주체들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한 목소리도 빨리 인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모든 사회문제가 MSV와 같이 잘 정리되어 알려지고,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Voice(목소리)’부분을 시작하는 페이지.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우리의 시선이라고’ 적혀있다.
Voice에서 가장 공유하고 싶은 부분은 ‘가장 중요한 변화는 우리의 시선’과 ‘가끔은 따뜻한 무관심도 필요해요’라는 문구였다. 누군가가 아무리 장애 아동의 놀이권과 포용적인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결국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다. 이것은 비단 놀이 호의 내용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의 이동, 직업, 그리고 안전 모두를 포괄하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또, 가끔은 관심보다 무관심이 더 따뜻할 때가 있음을 다시금 배웠다. 장애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의 눈길과 관심이 아니라, 한 명의 어린이로 자연스럽게 놀이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무관심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인사이트들이기 때문인지, 그 목소리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MSV ‘놀이’의 결을 따라서

도시의 불평등과 소외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올해로 5년차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어떤 주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1년이 흐른 지금, 나의 삶 구석구석은 장애와 닿아있다. 책꽂이에는 ‘장애의 역사’가, 검색창 기록에는 ‘대체 텍스트와 수어 강좌’에 대한 내용이, 책상 한 켠에는 ‘데프스페이스와 관련된 논문’이 놓여있다. 뒤를 돌아서 내가 어떻게 장애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곳에는 MSV가 있었다. 특히 이 ‘놀이’호가 말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온 지구 사람들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봤으면 좋겠다, 아이와 가까운 사람이라거나 디자이너라면 더더욱. 감히 말하건데 당신의 삶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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