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5 다다른 북토크 현장
다다르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독립서점이다.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다다르다의 부제는 도시 여행자인데, 그 때문에 나는 고향에 가면 집보다도 이 곳을 가장 먼저 찾는다. 어떤 책이 들어왔는지, 구면인 책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 떠났는지를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 이 공간에서는 정기적으로 ‘다다른 북토크’를 진행해서 책의 저자를 서점으로 초대하고 책 세미나를 진행한다. 운 좋게 참여한 것은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라는 책의 저자 김정후의 북토크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선망해온 작품의 저자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꿈 같은 일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침대에 누워서도 설레어서 잠이 오지 않을 만큼이었다.
세미나에 참석하기 전 며칠에 걸쳐서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꼭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례라기보다는, 다양한 도시 재생을 이야기해 주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테이트 모던, 밀레니엄 브릿지 등 다양한 공간들을 소개하며, 그 공간에 담긴 역사를 어떻게 도시가 담아냈는지를 설명한다. 오랜 친구를 본 것처럼 책을 넘기는 손길에 설렘이 묻어났다.
북토크에 참여하면서 저자의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런던 시청' 챕터에서 했던 사진 이야기였다. 런던 시청의 구조가 보이지 않을만큼 사람이 꽉 차있던 사진이었는데, 하마터면 이 사진이 책에 실리지 못할 뻔 했다는 것이였다. 편집자가 검수를 하면서, 이 사진은 런던 시청이 안 보이니까 빼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때 저자는 그 공간이 성공한 공간인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인데, 어떻게 한 공간의 도시 재생을 논하면서 사람이 없는 사진을 쓸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고 했다. 약 2시간 가량의 북토크였는데,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침대에 누어서 이 말을 곱씹으면서 조경을 생각했다. 조경도 사람이 즐기고 누리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조경에 있어 사람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다른 책들도 많이 읽어보면서 조경과 공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생각을 넓혀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원에서 대전까지 하루에 4시간을 도로에서 보냈지만, 그 만큼 가치가 있는 북토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