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보라(2022), 문학동네
<밑줄 그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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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부모는 당신에게는 ‘수어’라는 고유한 언어가 있고, 농인만이 가진 농문화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손으로 말했다. 그러나 입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들리는 세상과 들리지 않는 세상은 매번 충돌했다.
30pg.
그거 보고 좋다. 사랑할까 생각했어.
132-133pg.
청인은 누군가를 환영하고 축하할 때 손뼉을 쳐 소리를 내지만 농인은 다른 방식으로 박수를 친다. 양팔을 들고 손바닥을 반짝반짝 좌우로 돌리며 시각적인 박수 소리를 만들어낸다. 몇몇 농인이 손을 들고 반짝이는 박수를 만들자, 뒤에 있던 이들도 대화를 하다 말고 앞을 쳐다봤다. 시야 반경 안에서 다른 움직임을 감지한 것이다. 사람들은 양팔을 올려 손을 흔들었다. 두 팔을 번쩍 들고 반짝이는 박수를 만들었다. 하나의 반짝이는 박수가 또 다른 반짝이는 박수를 불렀고 갈채를 이루었다.
138-139pg.
한국의 미디어에서 농인들은 조연급의 무게로 드라마에 소품처럼 등장하거나 간단하게 다뤄졌다…… 구화를 배우면 청인처럼 얼마든지 말하고 듣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오해를 갖게 한다.
156pg.
“여느 대학과 다름없이 보이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건축과라면 ‘농건축’에 대해 공부하고 관심을 갖게 돼요. 언어학도 마찬가지예요. 각 전공이 농인의 감각과 언어, 세계를 만나면 완전히 다른 전공이 되는 거죠.”
198pg.
장애가 아닌 장애 해방과 다양성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어도 이를 단순히 장애 영화로만 읽어내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는 매번 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농접근성에 대해 요구해야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203pg.
농인 당사자가 직접 통역의 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더 나은 통역을 요구한다면 좋겠지만 농인의 언어는 통역을 필요로 한다. 한국 사회에서 농인은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서 있지도 않다.
<느낀점>
최근 장애인이라는 사회 주체에 자꾸만 눈이 갔다. 내가 도시에서 장애인을 자꾸만 찾은 이유는 그들이 찾을수록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찾을수록 생각보다도 더 비가시적인 주체였다. ‘나에 도시에는 장애인이 많이 있어야겠는데, 그들과 대화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지?’ 그 순간, 수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CODA(Children Of Deaf Adult)인 저자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현대 한국의 농사회와 청사회를 비춘다. 이 점에서 ‘코다’라는 사람들이 겪는 생애적 공통점과 특징의 일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감각의 유무가 명징한 문화권을 넘나드는 그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특별해 보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장애는 또 다른 문화이며, 수어가 몸짓이 아니라 또 하나의 언어라는 것.’ 그리고 갤러뎃 대학에 관한 이야기였다. 갤러뎃 대학은 이름만 농인종합대학이 아니었다. 그 안의 공간 구성과 배치, 구조를 농인들에게 맞추고 함께 설계했다는 점이 크게, 또 신선하게 다가왔다. ‘농건축’이라는 단어를 처음 읽어냈을 때,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갤러뎃 대학에서 이걸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농건축뿐만 아니라 농인에 대한 이해는 조경,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또, 비장애인으로서 반성했던 것은 사회가 얼마나 ‘비장애인 성인’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는지를 자꾸만 잊는다는 점이다.
검색창조차 모르는 ‘농00’을 한국 사회는 언제쯤 온전히 수용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선한 질문들과 적절한 무관심, 농인과 코다가 그들의 문화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회의 한 편에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