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1
MSV의 가치를 읽고 정리하며
MSV 임팩트 메이커스로 활동하게 된 2개월은 내가 아끼던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촘촘하게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치 길잡이처럼 늘 곁에 두고 펼쳐보았던 네 권의 책을 이번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더 의미 깊게 다룰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다른 책들과 함께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총 일곱 권의 다른 책과 함께 활동을 마친 지금, 이 책들 덕분에 MSV를 읽으면서 더 생각해보고 싶었던 부분과 궁금했던 것을 채우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각 호를 읽으면서 읽었던 책들을 함께 소개하며 리뷰를 이어가 보고자 한다.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와 함께 읽은 여섯 권의 책들을 세로로 모아서 찍었다. 왼쪽부터 <어린이라는 세계>, <집으로 가는, 길>, <사이보그가 되다>,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돌봄이 돌보는 세계>, <장애의 역사> 순이다. 사진에는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빠져있다.
MSV의 ‘이동’_모두의 이동을 위한 움직임
MSV에서는 다양한 취약 계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장애인’과 관련된 소재였다. ‘휠체어 사용자는 화재 대피 시 어떻게 대피하나요?’ 평소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질문과 경험들이었기 때문인지, 장애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꾸만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가 읽은 대부분의 책은 장애와 관련된 책이 많다. 그 중 첫 번째로 집어 든 책은 <장애의 역사>라는 책이었다. ‘이동’ 호을 읽으면서 현재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맥락에서 장애가 어떻게 읽혀왔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선택했다.
<장애의 역사>는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그 내용을 유추할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미국’ 장애 역사에 관한 책이다. 토착민 사회에서부터 현대 사회까지 긴 역사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 책은 ‘사회적으로 장애’라 정의 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과 성소수자 등이 겪어야 했던 차별과 불평등도 함께 담겨 이 주체들이 장애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동’호에서 다루고 있는 베리어프리 디자인과 유니버셜 디자인이 등장한 맥락을 살펴볼 수 있고, 이 호에서 다루는 사회적 취약자가 어떻게 ‘장애화’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앞선 책을 읽고 난 뒤 두 번째로 읽었던 책은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 책은 시설 관계자와 시설 이용자들의 입장이 고루 담긴 ‘장애인 탈시설’ 관련 책(인터뷰)이다. 탈시설이란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 어울려 사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모든 이의 입장을 살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또, 탈시설 운동이 본질적으로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와도 연결되어 있기에 이동권과 관련된 인사이트도 등장했는데, 이걸 MSV와 연결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동하는 권리가 생존권뿐만 아니라 국민으로서 의견을 주장할 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MSV ‘이동’의 민트색 표지 모습.
<장애의 역사>의 표지 모습
<집으로 가는, 길>의 표지 모습
MSV의 ‘직업’_모든 장벽 너머의 꿈을 향해
다음으로 소개할 책은 <돌봄이 돌보는 세계>라는 책이다. 이 책은 현 사회에서 ‘돌봄’이라는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질병권’ 즉, 잘 아플 권리를 외치며, ‘결국 영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에 따라 의존의 정도가 다를 뿐, 절대적인 의존 상태를 겪지 않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의학적으로만 장애를 진단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여기에서 ‘다른 몸들이 다양한 꿈을 꾸는 이야기가 담긴 ‘직업’호와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정신의학에서는 환자에게 진단을 내릴 때, 환자의 이야기를 모두 증상으로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는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라는 자기 이야기를 상실하게 된다.”
나는 <돌봄이 돌보는 세계>에 나오는 이 문장이 설명하는 것이 단지 정신 의학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질병자도 함께 겪을 수 있는 문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라는 정체성만 보고 다른 면을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 말이다. 하지만, ‘직업’ 호에 실린 많은 사람들은 사회의 이러한 장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나아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점에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를 함께 읽은 것은 ‘직업’호에서 느낄 수 있는 ‘꿈꾸는 자들의 멋짐’을 배로 늘려주었다.
또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영화감독 ‘이길보라’가 CODA(Children of Deaf Adults)로서 보낸 시간과 지닌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다. 그녀가 사회가 나눈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했던 고민과 생각들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갤러댓 대학에 방문한 에피소드를 통해서는 농문화가 다양한 사회의 요소들을 만나 어떻게 매력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지를 설명한 부분이었는데, ‘직업’호와 함께 읽는다면 포용적인 장애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세상을 훨씬 다양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바꿀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MSV ‘직업’의 노랑색 표지 모습,
<돌봄이 돌보는 세계>의 표지 모습.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표지 모습.
MSV의 ‘놀이’_새들이 날고 물고기가 헤엄치듯
MSV ‘놀이’와 함께 읽은 책은 <어린이라는 세계>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애정하는 책들 중에 하나인데, 3호와 함께 읽으면서 많은 시너지를 낸 책이기도 하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따뜻하고 포근한 문체로 쓰여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나, 결코 안에 담긴 메세지가 가벼운 책은 아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어린이가 ‘정글짐이 높아서 탈 때 무섭지 않냐’는 필자의 질문에 대해 ‘모래가 있어서 괜찮아요!’라고 답한 것이다. 필자는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래를 깔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MSV ‘놀이’에서는 공간 디자이너가 어린이들에게 예상할 수 있을 만큼의 위험(리스크)만 주고, 예상할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는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놀라운 교차점이라 생각했다. 서로가 다른 언어로 하나의 가치를 논하는 소중한 장면들은 <어린이라는 세계>와 ‘놀이’호를 함께 읽었기에 온전히 얻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MSV ‘놀이’의 파랑색 표지 모습.
<어린이라는 세계>의 표지 모습.
MSV의 ‘안전’_당신의 평안을 기원하며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책은 <사이보그가 되다>와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이다. 이 둘은 일다보면 그 맥락이 유사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만큼, 서로가 서로를 닮아있는 책이다. 먼저 <사이보그가 되다>는 책은 전치형 교수의 말을 빌려 정리하고자 한다. (나의 것보다 훨씬 전달이 잘 되는 것 같아 이렇게 하기로 했다.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한다….) “김초엽과 김원영은 각자의 몸을 둘러싼 테크놀로지와 세계를 관찰하면서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이보그가 되는지 묻는다. 이들은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테크놀로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테크놀로지와 사회가 어떻게 재설계되어야 하는지 상상하고 제안한다.”라고 설명하며 장애인의 삶을 중심으로 한 사고와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한편,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은 장애에 대해 신선한 정의를 내린다. 이것이 MSV가 장애를 다루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느껴 그 정의를 함께 남긴다. ‘장애란 미스핏(misfit)으로 몸에서 세상으로, 세상에서 몸으로 흐르는 부조화이다. 그것은 단지 맞지 않는 것일 뿐, 그의 몸을 망가진 것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러한 정의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기존의 것보다 훨씬 포용적이고, 장애인 사용자의 경험과 존재를 온전히 보도록 돕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다양한 몸을 가진 사용자들을 위해 사고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여러 의미에서 MSV를 닮은 책이라고 느꼈다.
이 두 권의 책을 ‘안전’과 함께 읽기 추천한 이유는, ‘안전’호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취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험적으로 알고,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그들이 사회와 세상에 좀 더 안전하게 속할 수 있도록 돕는, 그 과정이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MSV ‘안전’의 연분홍색 표지 모습.
<사이보그가 되다>의 표지 모습.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의 표지 모습.
MSV에 결을 더하며 마무리 하다
이렇게 총 일곱 권의 책은 내가 포용적인 디자인에 대해 사고하고, 장애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 소셜임팩트 시리즈의 수에 맞춰 네 개로 분류했지만, 사실 이 글에서 언급된 모든 책은 서로를 상호보완적으로 감싸고 있다. 그래서 어느 책을 읽든 MSV의 가치가 말하는 바에 대해서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MSV 임팩트 메이커스의 활동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쉬워진다. 하지만, ‘이동, 직업, 놀이, 그리고 안전 호’가 다룬 모든 이야기가 나를 가슴 뛰게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MSV가 나아갈 길이 또 한 명의 독자로서 더욱 설레고 기다려진다. 나의 꿈을 만들어준 책을 다루고, 이를 통해 또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던 이 시간은 나에게 큰 영광이었다. 두 달간 함께 할 수 있었던 MSV와 다른 임팩트 메이커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추신: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데, 나의 배움에 함께 해준 MSV 연필에게도 감사의 말을 남기고 싶다
얇은 샤프나 볼펜에서는 나오지 않는 연필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흔적을 책에 남길 수 있다.
파란색 MSV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 모습. 연필이 마치 납작하고 두꺼운 중국당면처럼 생겨서 선이 두껍게 나오는 맛이 있다.
연필로 그린 작은 낙서. MSV 책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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