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몸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하여
백정연 지음 2023.05.18
장애인이 되거나 장애인 가족이 되면 일상에서 겪는 거의 모든 불편이 개인의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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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료로, 친구로 조금 더 편안하게
몰라서,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해서 신청하지 못했어도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건 발달장애인 개인의 탓으로 여겨진다.
쉬운 정보를 접한 발달 장애인은 몰라서 주변에 묻거나 결정을 위임하는 일이 줄어든다. 22pg
→ MSV 시니어 인터뷰를 할 때도 느꼈던 점인데,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사는 것을 원하고 또 필요로 한다.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약화와 노화로 의존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시니어나 장애인 그 주체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불친절 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이래서 장애가 ‘부조화’인가 보다.
쉬운 정보가 보편화 되면 발달장애인이 무언가를 어려워할 때 그 원인은 쉬운 정보의 부재가 될 것이다. 23pg
→ 쉬운 정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문제를 책임져야 할 올바른 책임자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장애를 공부하고 많은 장애인을 만나 보았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고 착각일 수 있다.
장애가 아닌 다른 기질과 특성으로도 더 깊이 알아 가려 노력한다. 31pg
누군가가 보기에는 다 같은 척수장애인으로 보이겠지만 ‘경수’는 ‘흉수’나 ‘요수’에 비해 일상생활에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더 많다. 33pg
→ 같은 장애유형에 속하더라도 다른 세부 요인들이 다르기에 다른 방법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들이 모르는 것은 장애 혹은 장애인이 아니라 그 사람이다. ~ 우리는 똑같이 모두 다르며 서로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 당신과 내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35pg
→ ‘장애’를 이해하는 것과 장애인인 사람을 아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이다. 사람이 처음에 타인을 만났을 때 ISFJ인 특징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지 모르는 것과 같은 문제이다.
왜 그때 나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봉사하러 왔다.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48pg
조력자는, 보호자는, 장애인 주변의 타인들은 장애인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닌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아가 사람들은 유독 장애인이 선택하고 결정할 때 안전을 강조한다. 안전한 선택과 바른 선택을 강조를 넘어 강요하는데, 그런 강요는 필연적으로 선택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옳고 바르며 안전한 선택을 할 권리는 물론이고 위험에 노출될 권리, 위험을 감수할 권리도 발달장애인에게 똑같이 주어져야 한다. 59pg
→ MSV <Play>에서 나오는 내용과 전하는 메시지가 같다. 디자이너는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과 위험을 방지하는 일을 하면된다. 나머지는 어린이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다.
‘무조건 대신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76pg
베어베터의 대표는 발달 장애인이 일을 잘 못한다면 그건 일을 준 사람의 잘못이라 이야기한다. 66pg
느리거나 둔한 것이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78pg
2. 가족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그날 그들의 표정과 말투에 악의는 없었으나 차별받은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86pg
남편은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복이죠. 비장애인의 삶과 장애인의 다 살아 보는 건데, 이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 있을까요.” 87pg
장애를 극복하지 않았고, 매일을 평범하게 산다. 92pg
휠체어 사용자들이 기술의 도움으로 다시 걷게 되기를 바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장애인의 관점이다. 많은 척수장애인들은 다시 일어나 걷는 삶이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삶을 바란다. 130pg
기술이 아니라 기술 만드는 삶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 이런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 발전하려면. 130pg
(휠체어 비용) 셀프는 언제나 나의 몫임을 잘 알고 있다. 118pg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가진 신체적 특성으로 장애인이 불행하고,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다수인 비장애인 중심으로 조성된 사회 환경이 소수인 장애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입니다. 123pg
→ 이런식의 논의가 가지는 의미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바뀔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3. 경계를 허물고 함께 살기 위해서
그들이 우리 대신 붐비는 지하철 안에 몸을 던지고, 그들이 우리 대신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먹은 덕에 우리가 타는 지하철이 편리해졌고, 더 편리해지고 있다. 146pg
도움벨이 아니라 도움벨 없는 사회가 필요하다. 왜 장애인은 이렇게 매번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한다. 173pg
장애인을 온전히 소비자로 바라보고,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개선을 생각했다면 아마 ‘사회공헌’의 형태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174pg
장애인 정책과 서비스를 결정할 때나 장애인을 지원하는 서비스 계획을 세울 때 정책 입안자나 사회복지사가 아닌 당사자, 즉 장애인의 생각과 의견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174pg
비장애인은 장애인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당사자가 갖는 주도권을 당연한 권리로 존중하는 태도, 서비스를 지원할 때 당사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당사자 주의는 가질 수 있다. 175pg
느낀점
장애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서로가 서로를 닮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어 이건 여기서 봤던 건데, 이건 저기서, 쟤는 저렇게 연결되네? 하는 반가운 순간들이 등장해 책을 더 읽어나가는데 큰 즐거움을 준다. 또, 하나 생각이 든 것은 언젠가 나도 장애인과 친구가 되고, 함께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나도 텍스트로만 장애인을 만날 것이 아니라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던 나를 움직인 책이다.
장애는 장애인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오는 일상적인 모든 순간들을 굳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상적인 생활이라는 틀에 구겨 넣지 않으려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니까.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은 장애인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막 생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작고 짧은 책 안에 당신이 궁금해 했거나 아주 몰랐던 경험을 저자가 들려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