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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정원박람회 글

이행대

이행대란 두 개의 생물 군집이 접하는 부분으로, 일반적으로 인접하는 군집 구성종이 서로 섞이는 부분을 지칭한다. 서로 다른 환경의 서식종이 만나는 이 특별한 융합은 짧고도 강력한 생태적· 환경적 효과를 내며, 생물군계의 경계부를 형성하기에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본 팀은 서로 대조되는 요소들이 마주하는 작은 틈인 ‘이행대’가 역설적으로 가장 극적인 융합을 이뤄냄에 주목했다.

사행대

정원의 이름인 ‘사행대’는 이행대의 개념을 이어받아 한국의 사계절 속 각각의 계절이 맞닿는 틈을 포착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본래 사계절은 기온 변화라는 환경적 변화를 중심으로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이 함께 바뀌며 각자 고유의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어 봄의 꽃 축제, 여름의 강과 바다, 가을의 단풍, 그리고 겨울의 눈 덮인 풍경 등은 한 계절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모두가 제철과 뚜렷한 계절색에 주목할 때 본 팀은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강력한 특징을 가진 한 계절이 다음 계절로 넘어가기 위해 서로를 만나는 순간들은 어떨까?’ 질문을 거듭하며 겨울~ 봄 사이의 꽃샘추위, 봄~ 여름 사이의 고온다습한 장마기간, 여름~ 가을 사이의 태풍, 그리고 가을~ 겨울 사이의 우울감까지, 계절의 틈에는 항상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에 집중했다. 계절이 넘어가는 순간을 마운드로 표현하여, 계절의 틈에 발생하는 어려움을 정원에 표현했다. 하지만, 이 틈이 항상 우리에게 어려운 시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 시간 덕분에 한국은 뚜렷한 사계를 지닐 수 있었고, 더 다채로운 경관을 우리의 땅에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원 ‘사행대’는 네 개 계절이 흐르는 틈을 상징하는 마운드를 만들어, 사계의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짧고도 강렬한 ‘틈의 시간’을 조명하고자 했다.